[윤슬수빈] 겁

2020. 10. 29. 22:45카테고리 없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겁이 많았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엄청 많았다.

 

그 때문에, 나는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박스를 뒤집어썼다.

 

그리고

 

방이 있으면, 사람이 잘 찾지 않는 구석자리는

항상 나의 자리가 되곤 했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구석자리는 나의 자리니까, 아무도 찾아오지 않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때

 

" 저기, 안녕? 너는 이름이 어떻게 되니? "

 

그 아이는, 구석자리에 있던 나를 보고서

 

이름을 물었다.

 

" ....어..... 박...수빈...이라고 해... "

 

나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아이는, 이내 싱긋 웃으며

 

" 나는, 윤슬이라고 해. 구석자리에 있지말고 우리 재밌는 이야기를 해주는 친구에게 가보자. "

" ...으...응... "

 

나는, 윤슬의 손을 잡고서 재밌는 이야기를 해준다는 친구에게 갔다.

 

그 친구의 이름은 선우나나였다.

모두가 아는 동화임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풀어내어 이야기를 하곤 했었다.

 

그렇게 1년이 흘렀고,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취소되기 직전

윤슬은, 머리가 아프다며 보건실로 향했다.

 

" ..ㅈ...저기... 슬아, 같이.. 가줄까? "

" 응? 아냐, 수빈아 나 혼자 다녀와도 괜찮을거 같아. 정 안되겠으면 전화할게. "

" ㅇ...으응.. "

 

보건실을 간다던 윤슬은, 종례가 끝났지만 오지 않았다.

먼저, 기숙사로 간걸까?

 

불안한 마음에 나는 기숙사로 뛰어갔고

윤슬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지만, 끝내 오지 않았다.

 

나는, 알수없는 불안감에

윤슬을 본 사람을 캐물어, 찾아보곤 했지만 윤슬의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해서, 요즘 잘 안쓴다는 본관에 들어갔고

여기저기 둘러보다, 일반 벽과 다르게 생긴 벽이 있기에

그 벽을 누르자

 

알수없는 문이 나왔고, 그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곳에서는 기절해있는 윤슬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윤슬의 팔 옆에는 빨간색 액체가 들어간 링거가 걸려있었다.

 

" ..슬...슬아! "

 

윤슬은 내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내가, 알수없는 불안감에 빨리 여기로 왔었으면 윤슬은 기절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내가 겁이 없었더라면

 

나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을 걸어준 친구가 

 

저렇게 있는데, 나는 처음으로 소리내어 울고 있었다.